"못살겠다, 대통령은 나가라" 비명…터키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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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밥을 달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나가라.”
지난달 24일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전역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냄비를 두드리며 “못 살겠다”고 외쳤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물건값이 뛰어 있는 비현실적인 국가를 경험하고 있어서다. 터키 제빵연맹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새 밀가루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시위에 참가한 아이세 데미렐 씨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집세가 얼마나 오를지 슈퍼마켓에서 빵값은 또 얼마나 뛸지 걱정한다”며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오구즈한 옐다 씨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청소부와 웨이터 등 단순노동직으로 일하기 위해 터키를 떠나고 있다”며 “졸업하면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허가 없이 시위했다는 이유로 1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날 터키의 한 여당 의원은 고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고기 양을 반으로 줄이고 토마토를 먹자”며 “모두 채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터키 리라화는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2일(현지시간)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13.46리라에 마감했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47%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초 100달러에 살 수 있었던 아이폰을 지금은 거의 두 배인 200달러를 내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환율 불안에 가격 책정이 어려워지자 터키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의 소비자물가는 1년 새 20% 가까이 급등했다. 터키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8월 18.95%에 달했고 9월(19.25%) 10월(19.58%) 11월(19.89%)에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주요국 화폐 중 가장 크게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한 것은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경제정책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돈이 풀려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를 잡는 법은 간단하다. 반대로 금리를 인상해 풀린 돈을 거둬들이면 된다. 그래서 시장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게 중앙은행의 주요 역할로 꼽힌다.
터키 중앙은행이 무능했던 것은 아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금리는 만악의 부모다. 국민들의 금리 부담을 없애겠다”며 중앙은행 총재를 내쫓았다. 이렇게 바뀐 중앙은행 총재만 지난 2년 새 3명이나 된다. 그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중앙은행 총재를 앉혀 9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법칙을 거스르고 역주행하는 것은 왜일까. 당장 2023년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단기적으로는 화폐 가치가 낮아져 수출에 유리해지고 시장에 돈이 풀려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터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9%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바닷물을 먹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바닷물을 마시면 당장의 갈증은 풀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더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당장은 경제가 성장하지만 결국 국민들은 물가 부담에 생활이 팍팍해지고 실물 경제가 파탄난다. 미래 세대의 몫을 희생하고 얻은 착시효과인 것이다.
제이슨 투베이 캐피털이코노미스트 신흥시장부문 선임연구원은 “터키의 리라화 폭락세를 감안할 때 경제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흐산 코만 이머징마켓리서치 총괄연구원도 “고물가로 인해 성장 모멘텀이 현저히 약화돼 당장 내년부터 터키의 성장률이 3분의 1 토막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15/0004636494
지난달 24일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전역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냄비를 두드리며 “못 살겠다”고 외쳤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물건값이 뛰어 있는 비현실적인 국가를 경험하고 있어서다. 터키 제빵연맹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새 밀가루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시위에 참가한 아이세 데미렐 씨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집세가 얼마나 오를지 슈퍼마켓에서 빵값은 또 얼마나 뛸지 걱정한다”며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오구즈한 옐다 씨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청소부와 웨이터 등 단순노동직으로 일하기 위해 터키를 떠나고 있다”며 “졸업하면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허가 없이 시위했다는 이유로 1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날 터키의 한 여당 의원은 고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고기 양을 반으로 줄이고 토마토를 먹자”며 “모두 채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터키 리라화는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2일(현지시간)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13.46리라에 마감했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47%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초 100달러에 살 수 있었던 아이폰을 지금은 거의 두 배인 200달러를 내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환율 불안에 가격 책정이 어려워지자 터키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의 소비자물가는 1년 새 20% 가까이 급등했다. 터키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8월 18.95%에 달했고 9월(19.25%) 10월(19.58%) 11월(19.89%)에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주요국 화폐 중 가장 크게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한 것은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경제정책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돈이 풀려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를 잡는 법은 간단하다. 반대로 금리를 인상해 풀린 돈을 거둬들이면 된다. 그래서 시장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게 중앙은행의 주요 역할로 꼽힌다.
터키 중앙은행이 무능했던 것은 아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금리는 만악의 부모다. 국민들의 금리 부담을 없애겠다”며 중앙은행 총재를 내쫓았다. 이렇게 바뀐 중앙은행 총재만 지난 2년 새 3명이나 된다. 그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중앙은행 총재를 앉혀 9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법칙을 거스르고 역주행하는 것은 왜일까. 당장 2023년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단기적으로는 화폐 가치가 낮아져 수출에 유리해지고 시장에 돈이 풀려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터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9%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바닷물을 먹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바닷물을 마시면 당장의 갈증은 풀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더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당장은 경제가 성장하지만 결국 국민들은 물가 부담에 생활이 팍팍해지고 실물 경제가 파탄난다. 미래 세대의 몫을 희생하고 얻은 착시효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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